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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자신이 늙었다는 말이다.

의학이 발달하고 경제적 성장과 함게 건강지수가 게속 증가하다 보니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쉽사리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옛날같이 60세나 65세쯤이면 노인회 안방에서 구들목을 차지하고도 남을 나이이지만 이제는 이 나이의 어르신들은 노인회조차 가입하길 꺼려한다. 노인회라 하면 아무래도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모임이다 보니 자신이 노인이라고 불리우는 것을 극히 싫어하신다. 그래서 입회만 해 놓고 나오지 않는가 하면 아예 입회조차 꺼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로 얼굴만 보아도 옛날의 65세와 지금의 65세는 확연히 다르다.

쭈글쭈글한 얼굴피부를 지금은 구경하기 어렵다. 지금의 65세는 아직도 건강하고 노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체력이 철철 흘러 넘친다. 조기축구를 즐기시는 분들, 자전거타기로 체력을 다지시는 분들, 심지어 헬스장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 또 생활에 여유가 있어 의욕과 기력도 옛날의 노인들과 비교할 수 없다. 옷차림은 세련되었다. 청바지에 털쉐타를 즐겨 입는 사람들은 매우 패션적이다.

그래서 지난 세대와의 나이비교를 하는 지침으로 ‘여덟 곱하기 인생’ 이라는 말이 있다. 80에 8을 곱하면 1자리 숫자를 제하고 64세가 되는데 이것이 예전의 연령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의 60세는 지금의 48세가 된다. 어느 정도 실감나는 말이다. 노인 분들께 안색이 참 좋다거나 어떻게 젊음을 유지하느냐고 물으면 매우 기뻐하신다. 6.25 참전용사 하남지회장이신 동영식 회장님은 올해 연세가 80이신데도 지금도 자전거로 시내를 젊은이 못지 않게 돌아 다니신다. 그 분은 최고령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가나안농군학교의 김평일 교장은 노인회의 이름을 아예 어버이회로 고치고 노인정도 어버이사랑방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정말 좋은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노인정에서 지금까지 노인들은 바둑이나 장기, 화투 등으로 시간을 소일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는 오히려 노인들을 공양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게 하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옛날보다 훨씬 젊은 노인분들을 이렇게 노인정에만 모시는 것은 인력의 낭비요 결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어버이 사랑방에서 일거리를 찾아 드리고 노인 분들을 내 친어버이처럼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어버이들을 사회로 끌어 들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보람된 일을 찾아 드려야 한다.

선진국에선 발륜티어(Volunteer: 자원봉사자, 자발적 기부자)의 수단으로 자두 돈이 등장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에겐 시간이라는 훌륭한 자산이 있다. 이 시간을 공공의 이익과 직결되는 봉사의 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현재의 노인회를 개혁하면 우리의 어버이들은 훌륭한 발륜티어의 인적자원이 된다. 어버이들을 중심으로 각종 캠페인을 비롯한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노인들이 앞장서는데 구경만 하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까?
일본의 이즈모시에서는 아예 노인회 청년부를 신설하여 발륜티어의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뒤에는 노인구락부의 이름을 경인회(慶人會)로 바꾸었는데 이름 하나에 노인들이 신선한 느낌을 가져 더욱 생동감이 있는 활동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하남시의 2001년도 연령별 인구분포도를 보면 60대가 6008명(5%), 70대 이상이 4,069(3%)으로 전체 12만 4천의 인구중 약 1만명이 노인층에 속한다. 1만명의 인원은 발륜티어 시장으로 보면 아주 많은 숫자이다. 이 중 활동가능한 계층을 60대로 보고 또 이중에서 절반만 활동력이 있다고 판단해도 자원봉사자의 수가 3천명에 달한다. 하나의 도시에서 3천명의 발륜티어를 가지고 있다면 그 도시는 자원봉사의 천국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이 가능함에도 이를 실천하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가 우리의 어버이들을 천대했으며 무사안일 했기 때문이요, 행정에 있어서도 경영마인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실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활동이 가능하고 일의 경험도 젊은이에 비해 능숙한 어버이들이 실제로 노인이 아니면서도 어느새 우리들로부터 노인들로 취급받고 소외되어 있었던 것이다. 심각한 인력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노인들의 활동력의 문제를 제도권으로 끌어 들여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는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측면과 지역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기존의 노인회를 개편하여 어버이회로 이름을 바꾸는 동시에 노인정의 기능을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회의체로 구성하고 각 지역의 문제를 서로 상의 하며 분쟁의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논의 하는 위치에 우리의 어버이들을 모셔야한다.

다음으로 복지후생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행정기관에서 일률적으로 지원하던 노인복지기금을 사회에 개방하고 확대, 개편하여 어버이기금에 적립해 나가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독거노인)의 생활자금 자원이 현재보다 강화되어 적어도 월 30만원 이상은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기업가들을 비롯한 자산가, 명망가, 지식인 등이 어버이기금에 돈을 기부하는 문화를 앞장 서 세워야 한다. 물론 어버이기금의 운영과 관리는 전적으로 어버이 회에 맡길 일이다.

이런 일들이 선행되어진다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실버카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실버카드에는 어버이들의 신상기록과 질병 및 치료기록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어버이들이 이 카드 하나만 소지하면 언제 어떤 곳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정신을 잃어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게 되며 여기에 금융기능까지 추가되면 은행거래나 신용거래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꿈들을 이루기 위해선 먼저 우리가 어버이들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무슨 일이든 상의 드리며 어버이들의 일거리를 찾아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그들이 소외된 계층이 아니라 우리와 동일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떳떳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