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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제와 함께 지방자치법의 미시사항으로 지목되던 주민 감사 청구제도가 2000년 5월, 지방치법의 개정으로 드디어 도입이 되었다. 개정된 법에 의하면 각 자치단체는 조례 제정에 의해 주민감사청구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하남시의회도 그해 7월에 선거권을 가진 주민 500명이상의 서명 날인으로 상급기관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 제도의 입법 취지는 말할 것도 없이 열린 행정과 참여행정의 실현에 있다. 더불어 이 제도는 주민의 의사를 반영치 안ㅇ흔 일방적인 행정행위에 대한 일종의 감시 장치인 셈이며 지방자치제에 대한 주민들의 현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방자치제는 우리의 힘으로 살림을 스스로 꾸려나가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직접 우리의 손으로 단체장(시장)과 의원(시의원)을 선출한다. 그들은 자치의 일꾼이요, 심부름꾼이다. 또 그들은 주민을 대신하여 책임을 지고 살림을 잘 꾸려 나가야할 막중한 책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한편으로 그들은 주민들의 대표로서 도덕적인 자격도 갖추어야 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우리 지역의 자존과 명예가 걸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근본을 망각하는 단체장들과 의원들이 많다 제2기 자치단체 중 약 25%가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사법처리를 당했다는 통계는 경악스럽게 한다. 도덕성과 자질부족의 지방의원들도 수두룩하다. 심지어 강간범으로 체포된 지방의원도 생겨났으며 온갖 이권개입으로 명예를 더럽힌 자들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무분별한 해외연수로 지탄의 대상이 된다.

우리가 단체장과 의원을 직접 선출하여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은 단체장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행정, 즉 살림살이를 도맡아하고 시의원들은 단체장이 주민의 뜻대로 일을 잘하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나아가 시의회는 잘못된 행정행위에 대하여 지적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향제시를 해줄 의무를 가지는 것이다. 이른바 정책개발과 대안제시의 의무이다. 따라서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관계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라고 할 수 있으며 선의의 경쟁자이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감사의 관계이다.

이런 본래의 취지가 자주 어긋나는데서 문제가 비롯된다. 각자의 역할분담이 상호 결탁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는 사적인 감정에 얽매여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일처리가 무성하게 되는 것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공인될 자격이 없다고들 하는데 그들은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직점 선출된 공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듯 하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주민들이다. 결탁과 방조로 인해 주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무시되고 투명하지 못한 행정으로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주민들은 당연히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는가를 알 권리를 가졌음에도 자기들끼리 쑥덕공론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민 감사청구제도는 또 하나의 견제장치인 셈이다.

주민들은 또 기본적으로 투명하지 못한 일에 대하여 의혹이 있으면 감시할 권리가 있다. 시민단체를 위시한 각 단체들에서 행정기관을 상대로 입씨름할 때 공무원들의 대개가 귀찮은 얼굴을 짓지만 실상은 주민들이 이러한 요구를 하기 전에 미리 알려주지 못하고 협조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오히려 미안한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앞으로 주민감사청구제도는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불합리한 운영이나 비효율적인 시 살림에 대하여 주민들은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정신을 가지고 행정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애향심이요, 더 큰 잘못을 사전에 예방하는 조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감사청구를 남발해서도 안된다. 대부분의 역할은 지방의회를 믿고 맡기는 것이 지방자치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거나 정치적 동기에 의해 반대를 위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어서도 곤란하다. 감사청구의 대상을 선정함에도 신중함을 가해야 한다. 굳이 상급기관의 힘을 빌리자 않고서 우리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그 해결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와 타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간혹 매사를 의혹의 시선으로 보는 시민사회단체들을 발견하게 된다. 행정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때로 행정은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 무조건 그런 행정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우겨대면 상호 불신만을 초래 할뿐이다. 주민감사청구제도의 남용 또한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도 함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 하남시에는 하남민주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하남시 도시개발공사를 상대로 주민감사청구를 경기도에 의뢰한 결과, 접수 처리되어 경기도로부터 철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진정한 뜻에서 이러한 노력들에 공감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감사가 끝난 뒤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꼭 문제가 나타나야만 감사청구제도의 취지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적 장치로 인해 서로서로 경계하고 자중하는 분위기가 생성된다면 이 하나만으로도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