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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에 살면서 나의 주된 관심사는 단연 그린벨트에 있다. 1971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도시계획법 제 21조가 신설된 이후 이른바 ‘개발제한구역’ 이 생겨났고 이를 일러 그린벨트 지역이라고 한다.

이 법이 생겨날 때 이런 일화가 있었다고 한다. 1971년 6월 어느날 박정희 대통령은 관계 장관과 몇 사람의 실무자들을 청와대로 긴급 호출하였다. 어디서 정보를 들은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은 이들에게 영국의 그린벨트제도를 참조하여 대도시주변을 에워싸는 한국형 그린벨트를 빨리 만들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정확히 한달 뒤 6월 30일자로 도시계획법 제 21조가 만들어 졌다는 얘기다.

그린벨트는 한 마디로 주요도시의 보호막이요 신선한 환경을 보장해주는 파수꾼인 셈이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구역을 급조하다보니 현장실사가 미비하여 갖가지 기이한 사태가 발생했다. 실무자들은 책상에 앉아 태연자약하게 콤파스로 경계를 그은 것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무작위로 찍어 돌린 그 선에 의해 아예 두 동강난 농가가 비일비재했고 토지가 잘리고 산이 잘리고 조상의 산소가 그린벨트와 비 그린벨트지역으로 나뉘여 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린벨트의 아이러니는 또 오로지 대도시민을 위한 법이라는 데에 있다. 21조 1항을 보면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또는 국방부장관의 요청이 있어 안보상 도시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되는 때 관계 장관은 도시계획법상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말 그대로 법 제정의 취지 자체가 온통 도시민을 위한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까닭은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이 버젓이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법은 불평등한 법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도시민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린벨트지역내의 주민들이 치루어야 하는 일방적인 희생과 재산적 손실이 어떠 할까는 굳이 적 시하지 않아도 짐작할만한 일이겠다.

특히 전체면적의 98.4%에 해당하는 지역을 개발제한구역으로 떠안고 사는 하남시와 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오죽하면 '살인벨트‘라고 지칭하여 울분을 토하겠는가.

그동안 그린벨트 내에선 어떤 행위도 금지되어왔다. 집도 마음대로 수지하지 못했다. 아들을 장가보내 놓고 신방을 꾸릴 데가 없어 외양간을 고쳐 방을 들였다가 다음날 청경들이 쇠방망이를 들고 와 새로 낸 방을 풍지박살 내버린 일은 신문지상에 소개된 실화이다.

개발을 할 수 없으니 인근 서울지역과 땅값 차이가 5배에서 25배까지 난다. 이런 점을 이용해 정부기관들이 앞장서 그린벨트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요, 국민기만 행위이다. 통계로 보면 2000년까지 그린벨트훼손 중 약92%가 정부기관에 의해 행해진 것으로 나타나 다시 한번 지역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그렇다고 도시민들이 큰 희생을 치루고 있는 그린벨트 주민들에 대하여 고마움이나 감사의 표시를 한 적도 없다. 63개 시, 군의 97만 여명에 달하는 그린벨트 주민들의 희생이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돌려주는지 관심조차 없다. ‘우리는 좋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구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린벨트는 절대로 훼손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윽박지른다. 여기엔 정치권과 중앙언론, 환경단체들이 모두 한편이다.

물론 그동안 정부 측에서 제도 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연면적 기준 35평이던 주택증개축의 허용범위를 60평까지 허용하였고 생활편의시설의 설치허용, 주유소 및 판매시설의 설치허용과 공영차고지 및 사도개설의 조건을 완화해주었으며 최근에는 취락지구의 그린벨트 구역해제로 약간의 숨통을 트이게 하였으며 도시계획수립 및 변경을 광역단체로 위임하는 등의 현실보완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71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입은 피해보상책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녹지채권 등을 발행해 수혜자인 도시민들로부터 보상금을 걷어 피해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환경과 관련 없는 땅은 과감히 해제하여 주민들의 기본 생활권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한 지역당 특정비율 이상을 ‘개발제한구역’ 으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하여 하남시 같은 사례를 방지하고 자치단체의 자립기반을 세워 주어야 한다. 무공해공장 등 첨단시설의 유치, 필요한 자체도시기반시설의 설치를 자치단체의 군한으로 위임해 주어야 한다.

환경은 지켜져야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환경이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