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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인정으로 관계를 맺는다. 인정이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정이 없는 사람을 냉혈한이라 부른다. 피도 눈물도 없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은 정말 보기 싫은 존재들이다. 차라리 짐승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철인(哲人)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촛불을 들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의아한 채 왜 그러느냐고 묻자 ‘나는 지금 사람다운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요’ 라고 말했다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정 있는 사람이 그립다.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날이 각박해지고 인정을 잃어간다. 사람을 만나면 즐거워야 할 텐데 저 사람이 무슨 꿍꿍이속으로 내게 왔을까 하는 생각에 좌불안석이 다. 택시를 타거나 밤길을 혼자 걷다가도, 뒤에서 인기척이 나면 덜컥 겁부터 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뒤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선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을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것이 요즈음 서태이다.

가끔 내게 돈을 꾸러 오는 사람들을 만나면 저 사람은 반드시 돈을 갚지 않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그런 사람은 양심이라도 있어서 미안하다고는 하는데 아예 강도 같은 사람도 있다. 마치 제 돈을 내게 맡겨놓은 것인 양 돈 주라고 허방을 깐다. 친구 중에도 그런 작자가 있다. 내 돈 가지고 온갖 허례허식 다 떨면서 단 한 푼도 갚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돈 주기를 꺼려하면 대 뜸 그는 ‘넌 왜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냐?’ 라고 윽박지르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어찌 그런 곳에다 인정을 써먹을 수 있을까 싶다.

인정 많기로는 우리민족을 따를 수가 있을까. 평생을 방랑으로 문전걸식 했던 비운의 시인 김병연(김삿갓)의 일화는 많은 감동을 준다.

몹시도 구차한 집 뜰에서 죽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 그런데 그 죽이 어찌나 묽은지 맹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김삿갓이 잠시 죽 그릇을 멀거둥이 내려보고 있자 주인은 대접이 시원찮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안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이었다. 마음은 풍족히 대접하고 싶어도 자기 먹을 꺼리도 없는 주인의 인정을 모를 김삿갓이 아니었다.

김삿갓은 시한수를 지어 주인을 위로했다.

“주인이여, 죽이 멀겋다고 안색을 붉히며 미안해 g지 마오. 나는 청산이 물속에 거꾸로 비치어 있는 것 같아 잠시 자연의 경치를 즐긴 풍류객이라오.”

김삿갓은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음식보다는 베풀어준 인정을 더 고마워 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네 조상들은 인정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국 어느 곳에든지 무전여행이 가능했다. 먹을 것을 찾는 나그네를 그냥 돌려보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세상인심이 변했다. 돈 아니면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사기를 치든 강도짓을 하던 돈 생기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판에 인정으로 사람을 대했다간 쪽박 차기 제격이요 바보취급 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느새 부모들은 자식들을 키우면서 ‘실속을 차리라’고 주지시킨다. ‘양보하고 인정을 베풀면 너만 손해’라고 잔뜩 얼러 부친다. 친구고 뭐고 절대로 손해 보는 짓은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가진다. 물질중심적인 가치관과 함께 오로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과 행동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산다.

아, 각박한 세상이 싫고 인정 없는 사람 보기가 겁이 난다. 매몰차기가 끝이 없다. 선거 사무실을 차려 놓으면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 보다는 돈 좀 얻을 때는 이 때다 하고 달려 드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데 더 불행한 것은 그런 속내가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그런 심보를 가진 사람은 왜 그리 금새 눈에 띄게 되는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