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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서 눈물을 보이면 어딘지 좀 모자라 보이고 심약해 보인다는 것이 우리네 통념이다. 자라면서 ‘사내는 아무 때나 울어서는 안 된다’ 는 어른들의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우리다. 그래서 남자들은 아무리 큰 슬픔이 닥쳐도 어금니를 꽉 깨물고 가슴 속에다 눈물을 담고 사는 것이다.

이에 비해 여자들은 툭하면 운다. 그러나 여자가 약해서 운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눈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남자가 계략에 빠져 낭패를 보는가.

로렌스는 이 지상의 모든 언어 가운데 최고의 발언자는 눈물이며, 눈물은 위대한 통역관이라고 했다. 눈물 한 방울이면 모든 장벽이 허물어진다는 뜻일 테다.

사람은 어떤 감동이나 자극을 받았을 때 눈물을 흘리게 되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눈물을 희비의 표현이요 연민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눈물을 자연현상으로 눈물을 억제하는 것은 건강을 위태롭게 한다고 한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운 사람과 그것을 참은 사람과는 스트레스의 해소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는 일이 적다는 것이다. 또한 눈물에는 로이신케팔린과 프로락틴 이라는 두 가지 화학물질이 있는데 이중 로이신케팔린은 인체 내에서 자연적인 진정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양파나 고춧가루 때문에 흘리는 눈물 속에는 이 로이신케팔린이 들어있지 않으며 슬프거나 기쁠때 흘리는 감정의 눈물 속에서만 이 로이신케팔린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인체조직에서 생리적 작용에 의해 분비되는 눈물도 경우에 따라 그 성분을 달리하는 것이 참으로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나 또한 마음 놓고 목 놓아 울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집안의 장손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은 언제나 나를 억눌리게 하였고 내가 울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그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늙어가면서 마음이 약해지는 것일까. 조그만 일에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선거 때 내 연설을 들은 후 ‘당신이 왜 선거에 나서려는 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는 아내의 말은 나를 감 동시켰고 눈물 흘리도록 만들었다. 그때 정말 실컷 울고 싶었다.

시집갈 나이를 꽉 채웠으면서도 그 어려운 공부를 한답시고 미국에 유학 간 큰 딸애를 보자마자 아버지로서의 눈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차마 딸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지만 아마 내 가슴의 양동이에는 한가득 눈물이 고였을 것이다.

나를 감동시키는 사람을 만날 때 - 옛날에는 그것이 감동이 될 줄 몰랐었다 - 도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내 생각과 사상들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런 것들이 다 늙어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늙으면 어린아이와 같아진다고 하지만 나도 한번 어린아이처럼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소리 내어 펑펑 울어나 보았으면 여한이 없겠다. 누가 내 고통과 아픈 속을 알 수 있으랴. 죽기 전에 한번 울어나 볼지 모를 일이다.